넓은 세상, 당신과 나의 연결 고리

1976년 하버드 심리학 교수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작은 세상을 실험했다.

넓은 세상, 당신과 나의 연결 고리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다고 모든 관계가 탄탄하고 강하지는 않다. 대부분의 관계는 약간 헐겁고 느슨하게 이어져있는데, 살다보면 그런 관계의 마법에 탄복하는 순간들이 있다. 채용하려는 사람의 평판을 알아보거나, 업무 관련 정보가 필요할때 등 중요한 일이 있는 경우 가까운 친구나 네트워크, 학연 등을 동원하곤 하는데 생각보다 좁은 인간 관계를 깨닫고 놀라곤 한다.

여기, 케빈 베이컨 게임이 있다. 미국 배우들이 케빈 베이컨과 몇단계로 연결되는지 찾는 게임인데 케빈 베이컨과 같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을 통하면 미국의 거의 모든 배우들(약 10여만명)과 6단계로 연결된다.

케빈베이컨- Six Degrees of Kevin Bacon 출처: https://www.iceinstitute.org/blog/2019/4/1/six-degrees-of-kevin-bacon-education-edition

유명 배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세상 참 좁다-'라는 말을 달고 산다.

작은 세상 실험

1976년 하버드 심리학 교수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작은 세상을 실험했다(Small World Experiment). 소셜 네트워크의 평균 단계를 조사한 것인데, 실험 전 모두의 예측과 달리 꽤 적은 단계로 사람들이 이어진다는 것을 밝혔다.

이 실험에서 밀그램은 캔자스와 네브라스카 오하마에 사는 160명을 무작위로 선택해 편지를 보냈다. 내용은 보스턴의 유명 증권 중개인에게 편지를 전해달라는 것이었고, 참여자들은 보스턴 근처에 사는 지인 또는 그 중개인을 알만한 사람에게 편지를 전달해야했다. 실험 결과 대부분의 편지는 5.5단계에서 6단계를 거쳐 보스턴의 중개인에게 전달되었고 이는 세상 사람들이 6단계 정도의 사회적 거리에 놓여있다고 하는 6단계 분리 이론(Six Degrees of Separation)의 토대가 되었다. 앞서 언급한 케빈 베이컨 게임도 이 이론을 토대로 한 것이다.

더 작아지는 세상

인터넷과 SNS로 인해 이 단계는 조금 더 축소되었다. 이메일로 진행된 2003년 실험에서는 여전히 6단계로 나타났지만,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단계가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12년 페이스북은 유저 간 평균 단계가 4.74라고 밝혔다(Barnett, 2012). 나라 별로도 단계 수에 차이가 나는데, 2004년 연세대학교 사회발전 연구소와 중앙일보의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약 4단계로 이어져있으니 미국보다 좀더 작은 세상이다. (2005년 9월 22일 중앙일보 기사)

페이스북의 평균 친구수가 160명 정도이고, 카카오톡만 열어도 '친구'로 등록된 사람이 수백명이니, 사람 간 관계는 이전에 비해 단기간에 확대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관계가 확대되고 사람 간 거리의 단계가 줄어든다 해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

관계의 확대와 비례하지 않는 '관계의 깊이'

소셜미디어에서 맺어진 관계는 대부분 얕고 넓다. 그래서 그 안의 말들은 더 쉽고 빠르게 넓게 퍼진다. 입소문(Word of Mouth)이라는 말보다 웹소문(Word of Web)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이유다. 웹소문의 힘이 막강하지만, 사람 간 관계 형성의 깊이를 더하진 못한다.  

깊이 있는 관계들은 여전히 개인 간 메신저, 비공개 커뮤니티, 대면 만남같은 소위 그들만의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편이다. 어떤 기술이나 매체의 발전으로 사람 간 거리의 단계가 줄어든다해도, 관계의 깊이까지 함께 깊어지긴 어렵다.

사람들은 여전히 SNS에서 표면적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그 친구가 아는 사람-" 식으로 연결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신뢰하며 실제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웹소문(Word of Web)의 얕고 방대한 관계보단 입소문(Word of Mouth)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그래서 어찌보면, 1976년의 실험에서 밝혀낸 6단계의 거리가 2021년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것은 아닐까. 누군가에게 '닿는' 단계가 1-2단계 줄었다고, 그것이 관계의 깊이까지 대변하진 못할테니.  

중요한건 매체나 기술이 아닌 결국 '사람'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그의 책 티핑포인트(The Tipping Point)에서 6단계 현상이 몇몇 독보적인 사람들, 즉 친구나 네트워크가 방대한 커넥터(connectors)에 의해 좌우된다고 설명한다.

허브 역할을 하는 이 사람들은 느슨하게 연결된 개인 간 연결을 중재하고 입소문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질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알고 있는 사람의 수가 많기도 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해당 이슈를 전파하고 정보가 '누구'에게 전달되어야 좋을지 잘 알고 있다.

가까운 친구의 추천이나 소개를 통해 누군가를 알게되고, 새로운 지식에 눈뜨는 경험들이 있다. 이런 경험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 삶 전체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세상은 넓고 관계는 좁다. 개인의 일상 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제품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입소문이 가장 확실한 마케팅 전략이다.

[참고자료]
https://en.wikipedia.org/wiki/Small-world_experiment
http://snap.stanford.edu/class/cs224w-readings/milgram67smallworld.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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